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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포스트 코로나 국제질서에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국제질서의 변화에는 미·중 패권 경쟁의 향방이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지금까지 예측은 주로 3가지로 나누어진다.


 첫째 미국의 세계 지도력은 더욱 약화되고 중국의 대두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중국은 코로나 감염을 봉쇄하고, 각국에 대해 의료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반면 미국과 유럽은 여전히 유효한 대응을 하지 못하는 한계를 보였다. 코로나 이후 미·중의 패권 경쟁에서 중국이 우위에 설 것이라는 예측이다.


둘째, 반대로 중국의 영향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중국은 세계를 팬데믹으로 몰아넣은 책임을 져야 하고 그로 인해 중국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지게 됐다. 즉 코로나 대응 과정에서 중국 내에서는 시진핑 리더십에 대한 불만이 높아졌고 국제사회에서도 중국의 마스크 외교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중국 불신이 국제사회 영향력을 떨어뜨린다는 논리다.

셋째는 이들 두 가지 절충 시나리오다. 코로나 위기로 인해 미·중 모두 깊은 상처를 입어 국제질서는 ‘G제로’의 질서에 돌입한다는 예측이다.

현 시점에서는 중국 주도의 질서가 멀어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미국 영향력은 민주주의 동맹국과의 관계 회복을 통해 어느 정도 유지될 수 있지만, 경제력으로 국제사회 영향력을 확보하고자 했던 중국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중국은 코로나 감염을 세계로 확산시킨 책임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지금의 국제질서가 더 이상 미국의 일극 집중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코로나로 많은 피해를 입은 것은 미국이다. 미국 경제는 올 4~6월 전후 최악의 두 자릿수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실업자 수도 엄청나다. 그보다도 1만명 이상 사망자를 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실책은 미국 영향력에 큰 상처를 입혔다. 그리고 코로나 대응에서 보여준 미국의 자국중심주의 행태는 국제질서에서 강한 지도력을 발휘하기가 어렵게 됐다.


 결국 포스트 코로나 국제질서에서는 미국이 온전한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그 경쟁 상대인 중국도 미국을 대체할 만한 실력과 신뢰를 가질 수 없게 됐다. 국제정치학자 이언 브레머가 예견한 대로 누구도 국제관계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가지지 못하는 ‘G제로’의 국제질서가 현실화되고 있다.

미·중 갈등으로 인해 ‘제2의 냉전’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은 이제 점차 힘을 잃게 됐다. 확실히 미·중 경쟁은 심화됐고 코로나 위기 이후에도 이전보다 더욱더 악화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국제질서는 냉전시대처럼 양 진영이 나눠져 대립하기보다는 세분화된 이익을 중심으로 나눠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미국이 이전처럼 동맹국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없고 중국 또한 국제관계에서 강요할 처지도 아닌 국면이다. 오히려 국제관계는 각자도생에 의해 이합집산이 심화될 것이다. 문제는 국제협력이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마치 팍스브리태니카(대영제국 시대)의 종언과 함께 결국 제2차 세계대전으로 나아갔던 1930년대와 비슷하다. 따라서 포스트 코로나 국제질서는 다시 냉전시대로 회귀하기보다는 1930년대의 무질서에 가까운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한국은 강대국 외교의 폐해를 지적하면서 국제관계의 공공재를 만드는 데 노력해야 한다. 코로나 대응에 대한 한국의 모범사례를 홍보만 할 것이 아니라 국제협력과 공조를 한국 스스로 실천하면서 모범을 보여줘야 한다. (국민일보 2020.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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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4-27 15:5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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