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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우 / 신임 통일부 장관과 국정원장,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까?
  • 기사등록 2020-08-06 16:30:27
  • 기사수정 2020-08-06 16:4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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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공동대표

언론사회학 박사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2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국보법 폐지는 지금 단계에서 논의할 것은 아니며, 소모적 논란을 반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합당의 태영호 의원이 국가보안법 폐지와 주체사상연구소 설치 여부 등에 관해 질문한 데 대한 답변이었다. 


촛불혁명으로 들어선 정부의 ‘실세’ 통일부 장관으로는 걸맞지 않다는 점에서 향후 대북관계  전망도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그는 장관 취임한 뒤( 7.31) 금강산 관광 재개와 남북 철도·도로 연결사업을 적극 추진할 뜻을 밝혔다. 그는 “금강산 관광이 시작되면 한반도 평화의 메시지가 되고 접경지역 경제에 숨통을 틔울 수 있다”면서 “남북 철도와 도로연결도 추진해 새로운 한반도 경제질서를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장관의 적극적인 의지 표명이 얼마나 현실화될지는 알 수 없다. 우리 정부의 유엔을 통한 대북 지원 실적을 보면 한국이 과연 한반도의 당사국인가를 의심할 정도다. 문재인 정부가 말로는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유엔 발표에 따르면 대북 인도적 지원에서 7개국 가운데 액수로 보면 꼴찌다. 대북 코로나19 대응에는 2위로 나와 있는데, 이는 중앙정부가 아닌 서울시의 공여 자금이었다. 이 장관 취임 뒤 이런 부분에서 변화가 나타날지 두고 볼 일이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는 지난달 26일 국보법 존속 여부에 대해 "북한이 대남 적화 전략을 포기하지 않는 엄중한 안보 현실이다. 형법만으로 대남공작 대응에 한계가 있어 국보법 유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헌법재판소에 국보법 제2조(정의), 제7조(찬양·고무 등)에 대한 위헌제청·헌법소원 등 10건이 청구돼 있다"며 "향후 헌재 결정에 따라 개정 필요성 등 국회 차원의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뷰스앤뉴스 2020년 7월 26일>.


박 원장의 이런 발언은 국정원이 간첩조작 등 수많은 공안사건을 통해 국보법을 악용한 대표적 기관이라는 사실에 대해 함구한 채 수구보수들이 내세우는 논리를 반복한 것이다. 박 후보는 "천안함 사건이 북한 소행이라는 정부의 발표를 신뢰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사건에 대해서도 수많은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데도 이 또한 수구보수가 내세우던 논리에 다름 아니다. 천안함 사건이 북한 소행이라는 주장은 미국이 특히 적극 지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정원으 포함한 현 정권이 미국과 군사적인 측면에서 과거와 동일한, 냉전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증거의 하나라 하겠다. 


이인영, 박지원 두 공직자의 국보법에 대한 태도는 현 정권이 행정부 입법을 통해 이 법의 개폐를 주도할 의지가 없다는 속내를 드러내 주고 있으며,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004년 국보법 개폐에 대해 실망스런 태도를 보인 것과 엇비슷하다. 


현 정권의 북한에 대한 교류협력 의지는 평양공동선언과 판문점선언 등에서 공개된 바 있지만 미국의 노골적인 반대에 부딪혀 표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장관이 유엔과 미국의 대북 제재 속에서 과연 어떤 식으로 남북 교류협력의 물꼬를 틀지 알 수 없다. 하지만 평화통일 추진을 가로막는 두 개의 쇠말뚝인 국보법과 한미동맹에 대해 이명박·박근혜 정권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여 과연 꽉 막힌 남북관계가 잘 뚫릴지 우려된다.

 

노무현 대통령이 국가보안법 폐지 방침을 밝혔던 2004년 10월 당시 조중동은 국보법 폐지 반대 여론을 주도하면서 수구 보수 세력과 함께 “국보법 폐지절대 안 된다”는 연합전선을 형성해 저항했다. 이 신문들은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국보법 합헌 결정에 맞서는 모양은 좋지 않고, 이 법이 없이 북한의 위협에서 대한민국이 견딜 수 있겠나 하는 등의 직격탄을 날렸다.


집권 4년 차에 접어든 현 정권의 청와대와 집권 여당이 개혁 입법 추진에 얼마나 노력했느냐 하는 것을 살피면 실망스럽다. 문 대통령이 개혁 입법을 위해 여야 영수회담에 올인 했다거나 집권 여당이 개혁성을 앞세워 보수 야당을 선도하거나 압박한 사례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국정원이나 행정부 개혁 등은 실종상태다. 


위장 전입 등 실망스런 인물들의 고위층 기용 강행과 거듭된 실정으로 적폐청산 대상인 일부 야당에게 기사회생의 빌미를 준 것은 큰 실책이었다. 촛불 혁명에 앞장 섰던 여러 진영에서 문 정권에 대한 실망과 분노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은 심상치 않다. 지지세력 상실과 반대세력의 결집이 자칫 큰 위기를 자초할 가능성도 있어 우려된다. 


현 정권이 남북관계에서는 교류, 협력의 성과를 많이 내는 것 같다가 북한의 맹비난에 직면한 원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평화통일을 가로막는 두 개의 쇠말뚝인 한미동맹 관계와 국보법의 허용 범위 안에서 남북관계를 추진한 것에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을 집권층이 외면하거나 모르쇠 하고 있는 듯한데 이런 태도로는 향후 바람직한 남북관계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다. 


여권의 현상유지 정책은 4.15총선에서 대승했다는 점에서 다음 대선까지 비슷한 노선을 고집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지금까지 대북정책 추진은 문 대통령만 보일 뿐이었다. 집권 여당, 전문가, 학계, 시민단체, 언론 등이 분단 적폐 청산과 평화통일을 향해 각자의 영역에서 노력하고, 그것이 시너지 효과로 나타나도록 해야할 텐데 그런 노력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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