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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간 '루키 더 바스켓' 편집장



   합리적인 시스템 구축을 위해 사회는 제도와 규정을 마련하고, 이를 준수하도록 한다. 스포츠도 마찬가지. 각 종목마다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칙이 있고, 이를 어겼을 때는 징계를 내리기도 한다. 

 

징계를 좋아할 사람은 없다. 징계를 받는 사람은 물론, 결정권을 쥐고 있는 이들도 불편하기는 매한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징계가 필요한 이유는 잘못된 것을 엄히 처벌하여 타산지석의 예로 삼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체육계에서는 징계라는 부분이 얼마나 적절하고 공정하게 적용되고 있을까?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30일, 롯데 자이언츠 구단에 엄중 경고 조치를 취했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의 관중 거리두기 지침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개막 후 무관중 경기로 시즌이 치러지며 각 구단의 손실이 치명적인 수준까지 치닫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던 프로야구가 지난 26일부터 제한적인 관중입장을 허용했다. 관중수도 전 좌석의 10% 이내로 제한했고, 1m 이상 거리두기, 좌석내 취식금지, 경기장내 마스크착용 필수 등 방역수칙 준수를 강조했다. 

 

그런데 롯데는 2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홈 경기에서 전 좌석의 10%만 입장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원정팀 팬들이 앉는 3루 쪽과 내야 일반석은 예매를 진행하지 않았다. 홈 팀 응원석인 1루 쪽으로 관중들이 몰리게 한 것이다. 이에 문체부는 KBO와 롯데에 경고 조치를 내렸고, KBO는 롯데에 엄중경고 조치를 취했다.

 

엄중경고란 무엇일가? 말 그대로 그냥 경고일 뿐이다. ‘엄중’이라는 수식어를 앞에 붙였지만 누가봐도 경징계에 불과하다. 문체부에서도 징계가 나왔는데 그냥 넘어갈 수 없으니, 말 뿐인 징계를 통해 소위 ‘액션’을 취한 게 아닐까 하는 의심도 든다. 롯데의 안일한 관중 관리는 현재의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할 때 간과할 사안이 아니다. 

 

무관중 경기로 인해 팬들의 불편과 아쉬움도 컸지만 각 구단의 실질적인 피해도 상당했다. 가장 먼저 제한적 관중 입장이 허용된 프로야구의 상황은 국내 모든 프로 스포츠와 각종 대회의 기준이 된다. 만약 여기서 문제가 발생하면, 오랫동안 참고 기다리며 무관중 경기로 버텨왔던 인내가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

 

그러한 중요한 지침을 어긴 구단에게 KBO의 결정은 엄중 경고. 팬들의 반응은 비웃음 일색이다. ‘KBO의 징계가 언제 솜방망이 아닌 적이 있었느냐’는 조롱도 이어진다. KBO는 음주사고 등의 전력이 있는 강정호의 KBO 복귀와 관련해서도 폭탄 떠넘기기 식 징계를 내렸다가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솜방망이 처벌’이 KBO 만의 문제도 아니다. 리그 도중 벌어지는 각종 사안과 문제에 대해 국내 경기 단체들이 ‘일벌백계’(一罰百戒) 라거나 ‘읍참마속’(泣斬馬謖)이라고 할 정도의 결단을 내린 경우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그러다보니 ‘제 식구 감싸기’,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다.

 

무조건 징계 수위가 높아야 한다는 건 아니다. ‘솜방망이 처벌’은 물론 ‘보여주기 식 처벌’도 문제다. 징계에는 확실한 이유와 목표가 존재한다. 따라서 합리적이고 상식적이어야 하며,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발전적 대안을 모색하는 것까지 징계의 범위 안에 있어야 한다. 


반드시 모두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다수가 공감할 수 없는 징계는 결국 자신들의 권위를 추락시키고, 고립시키는 자충수가 된다.

 

스스로를 조롱거리로 만드는 어리석은 칼 춤은 이제 그칠 때가 됐다. 팬들의 눈높이조차 따라가지 못하는 행정은 질타 받아 마땅하다. 징계 하나에도 더 많은 것을 고민하고 결정하는 신중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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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7-31 11:3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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