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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국방개혁연구소장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최근 기사에서 미 국방부가 트럼프에게 주한미군 철수 대안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다수의 미 의회 의원들은 '주한미군 철수 운운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주한미군 철수를 조장함으로써 일대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내의 일부 학자들 또한 주한미군 철수를 운운하고 있다. 박휘락 국민대 교수, 이수훈 전 주일대사, 현인택 전 통일원 장관 등이 철수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여기에 보수언론인 조중동이 가세하고 있는 형국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대체로 주한미군 철수 불가론 쪽으로 기울고 있어 보인다. 어느 쪽이 맞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주한미군 철수가 100%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왜 주한미군 철수 운운을 우려할 필요가 없는 것일까?  주된 이유는 주한미군은 한국 방어가 아니고 미국의 안보 측면에서 대단히 중요한 전력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사실을 최근 미국의 주요 인사들이 강조하고 있다. 민주당의 아미 베라 하원 외교위원회 동아태 소위원장은  "의회에서 초당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미국과 한국의 파트너십은 역내 평화와 번영을 보장해줄 뿐 아니라, 미국의 안보를 지켜준다"고 말했다.


사실 미국의 주한미군 철수 운운은 북한이 핵무장한 이후에 등장한 것이다. 소련의 해체로 냉전이 종식된 1991년 12월 이후부터 북한이 핵무장한 2010년경까지 미국은 한국이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지나 않을까 매우 우려했었다. 


당시 미국의 안보 전문가들은 이런 의미의 글을 지속적으로 발표했다. 왜냐하면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미군의 한반도 주둔은 필수적인데 반해 북한군 재래식 전력은 약화돼 주한미군의 의미가 점차 줄어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북한 핵무장 이후 미국의 입장이 돌변했다. 북한 핵무기로 인해 한국인들이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지 못할 것으로 미국이 생각한 것이다. 그 후 미국은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하기 시작했다. 조중동과 같은 보수 언론매체를 통해 주한미군 철수 운운하도록 만든 것이다. 


그러나 이는 큰 잘못이었다. 왜냐하면 북한 핵무장과 관계없이 북한 위협 대비 측면에서 주한미군이 거의 의미가 없기 때문이었다. 미국은 한국인들이 대부분 이같은 사실을 잘 모르고 있을 것으로 보고 북핵을 한미관계의 지랫대로 사용했지만 이는 큰 잘못이었다. 왜냐하면 한국인들이 북한 핵의 실체를 점점 이해하게 됐기 때문이다.


요컨대 한국이 미군의 한반도 주둔 대가로 상당한 비용을 미측에 요구하더라도 미국은 이를 쉽게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는 미국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익, 다시 말해 미국이 아닌 또 다른 패권국가의 부상을 방지한다는 측면에서도 한반도의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사람이 자기 목숨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처럼 국가는 생존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미국은 또 다른 패권국이 부상하면 그 패권국이 미국의 생존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미국은 이 같은 패권국의 부상 방지를 가장 중요한 국가이익으로 생각한다. 


패권 경쟁 측면에서 한반도의 중요성은 이미 19세기 이후 세계 모든 전략가들이 인지해 왔다. 그런 이유로 미국은 한반도에 대한 모든 영향력을 적성국에 넘겨줄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한반도는 자연스럽게 중국의 영향권으로 넘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주일미군도 보장할 수 없으며, 결국 미국의 방어선은 알류샨 열도로 후퇴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는 아태지역의 패권을 중국에 넘겨주는 것이 된다. 상황이 그러한데 어떻게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 있겠는가? 


이처럼 미국의 안보 측면에서 주한미군은 필수적인 반면 한국 안보 측면에서는 주한미군이 거의 필요 없다는 점, 한반도 평화 측면에서 걸림돌이 되는 측면도 없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미군의 한반도 주둔과 관련하여 미국은 한국에 매년 상당한 보상을 해 줘야 할 입장인 것이다. 


한국인들이 일치 단결하여 이렇게 요구할 경우 미국은 매년 요구했던 방위비분담금을 없었던 일로 할 뿐만 아니라 매년 한국에 상당 부분 지원해 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 같은 한미관계 측면에서 미국은 자국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한미동맹으로 인해 득을 본다고 생각되는 한국 내부의 세력, 예컨대 보수 세력들을 동원하고자 적극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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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7-21 18:3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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