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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섭/ 중국 지도부는 왜 지금도 '빼앗기는 오명'을 두려워 하는가?
  • 기사등록 2020-07-20 16:35:25
  • 기사수정 2020-07-21 19: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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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주중 한국대사관 참사관 

 

   최근 히말라야 서부 국경지역에서 중국과 인도 군인들이 주먹과 돌, 대나무를 들고 백병전(白兵戰)을 벌이는 사태가 발생했다. 첨단을 자랑하는 21세기에 원시시대에나 있을법한 육탄전이 재연된 것이다. 

 

양측에서는 수 십 명의 사상자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유사 이래 중화사상에 젖어 위세와 무력을 통해 영토 확장을 노려왔다. 인도와는 특히 1962년의 국경전쟁 이후 수많은 외교적 분쟁을 일으켜 왔다. 

 

중국은 왜 이렇게 영토 확장에 목숨을 거는 것일까? 그것은 영토를 지키고 확장하는 것이 곧 나라를 위하는 것(애국, 愛國)이고, 영토를 지키지 못하고 빼앗기면 역사의 치욕(국치, 國恥)이라고 인식해 왔기 때문이다. 

 

중국의 많은 사서(史書)들은 영토가 줄어든 시기에 그 원인을 합리적으로 분석하기 보다는 누가 정치를 잘못했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특정인을 비난하는 데 치중해 왔다. 그러기에 현 국가주석인 시진핑(習近平)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는 ‘빼앗기는 오명(汚名)’을 몹시 두려워한다. 중국은 실제로 근세에 홍콩과 타이완을 빼앗기고 많은 항구를 조차(租借) 당했던 치욕의 역사를 부단히 상기해 왔다. 

 

이제 세계 G2의 위치에 올랐다고 자부하는 중국이 지금이야말로 자기의 목소리를 낼 때가 됐다고 보기 때문일까. 20여 개 국가들로 둘러싸인 중국은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에 의해 언제 봉쇄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언제나 갖고 있어 그렇다는 견해도 일리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너무 옹졸하고, 소극적이며, 폐쇄적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는 생각이다. 960만㎢의 광활한 영토를 가진 나라로서, 특히 인도와는 ‘어린애 땅 따 먹기 놀이’나 하고 있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어, 치사하다 못해 치졸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1950~60년대처럼 주변국에 조금씩 양보하거나, 1980년대에 추진된 덩샤오핑(鄧小平)의 구동존이(求同存異) 정책을 펴 우호와 선린관계를 유지한다면 언제든지, 얼마든지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길이 활짝 열릴 텐데도 말이다. 


 



더욱이 남중국해 지도를 보면 더 명확하다. 상식적으로 봐도 주변국의 영해임이 명확해 보이는데도 그 80%가 넘는 해역을 자기 영토라고 우기고, 거기에다 인공 섬까지 만드는 모습은 세계의 웃음거리가 되고 있지 않은가? 

 

급기야 미국의 군함이 무력시위를 하며 이곳을 지나가고, 미국을 등에 업은 일본까지도 나서게 하는 등 쓸데없는 빌미를 제공한, 거칠고 투박한 중국 외교와 경직되고 유연하지 못한 군사 대응이 안타까울 뿐이다. 

 

중국의 이 같은 군사•외교 노선이 자국의 경제발전과 국제외교에 아무런 도움을 주기는 커녕 주변국과 강대국의 적개심만을 야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중국 지도부는 냉철하게 직시해야 한다. 그래야만 국제사회로부터 따돌림 당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은 미•중 양측으로부터 어느 편이냐는 입장을 요구받을 때면 국제규범에 의한 분쟁 해결이라는 '기존 입장 견지’라는 애매모호한 답을 내놓곤 해왔다. 참 서글픈 현실이다.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겨대고, 러시아 대통령이 쿠릴열도를 방문할 때 이를 보고 분노하는 일본의 앞과 뒤를 보면서, 우리가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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