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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 석좌교수, 전 한전사장)



 GM이 미국인들의 자랑이고 미국 산업의 위엄을 상징하던 때인 20세기 중반쯤, 당시 GM 사장은 `무릇 GM에 유익한 것은 미국에도 유익하다`고 당당하게 연설했고, 미국은 오랜 기간 이를 당연시했다. 반세기가 지난 후 혁신과 트렌드를 앞서나가지 못했던 GM은 2009년 뉴욕 법원에 파산 보호신청을 하게 됐다. 


결국 구제금융에 의해 살아남긴 했지만 위상은 많이 추락됐고, 지금은 그런 연설이 통할지 의문이다. 한국 대기업, 특히 삼성은 우리의 자존심이고, 세계 웬만한 주요 도시 중심 거리에는 삼성의 광고 입간판이 위풍당당하게 걸려 있다.


과거 미국 GE나 일본 소니가 걸려 있던 자리들이다. `무릇 삼성에 유익한 것은 한국에도 유익하다`고 삼성 대표가 주장했다면, 지난 세월 대부분의 국민은 수긍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룹 총수가 `한국의 정치는 4류, 행정은 3류, 기업은 2류`라고 일갈해도, 잠시 곤욕은 치렀지만 국민은 내심 동의했고 큰 문제가 없었다. 


요즘 같았으면 아마 댓글 폭탄으로 삼성 업무망이 마비됐을 것이다. 그 후 30년, 삼성은 외국의 경쟁 기업들에 비해 기술적으로 초격차를 벌이면서 세계의 미래를 선도해 나가는 몇몇 기업 중 하나가 됐다. 


삼성을 보는 국민기대 높아져
경영부터 사회적 책임까지
만점수준 안되면 가혹한 평가
대기업 향한 애정·격려도 필요                    


그런데 그 삼성이 올해 2분기 깜짝 실적에도 불구하고 요즘 안쓰럽다. 총수의 사법적 리스크가 아직 사라지지 않았고, 중국 정부는 반도체 굴기를 외치면서 부동의 1위였던 메모리 반도체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제조업, 금융업 등 전 산업 부문의 디지털 전환과 융합에서 미국과 중국의 앞서가는 기업들을 쫓아가기 벅찬 상황이다. 


국내적으로도 네이버, 카카오 등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플랫폼 기업들이 잠재적 라이벌 수준을 넘어섰다. 무엇보다도 아픈 것은 이제 `삼성에 유익한 것이 한국의 유익함과 같은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인식이다. 


과거에는 삼성 같은 국가대표 선수들이 경쟁력 있는 상품을 만들어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외화를 벌어줘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주는 것만이 정부와 국민이 바라는 것이었고, 다른 면에서 다소 아쉽더라도 넘어가줬다. 지금은 삼성에 바라는 시민의 청구서 목록이 롱리스트다. 국가대표 선수에 대한 정서적 면책이 다 사라졌다.


경영과 회계는 최고 수준으로 투명해져야 하고, 무노조의 프리미엄은 사라졌다. 환경과 안전기준도, 기후변화와 사회적 약자 보호도 무조건 만점이 돼야 한다. 조금이라도 기대에 못 미치면 비판이 가혹하다. 좋은 표현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고, 쉽게 말해 `뉴노멀 시대`에 적응해서 생존해야 한다.


더구나 코로나19 등 세상이 어려워지면서 감당하기 어려울 수준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규제도 변종 바이러스처럼 가지를 치고, 이런 것들이 다 비용이다. 이러한 비용을 다 감수하고 세계 시장에서 현재 삼성의 위치를 지키는 것은 거의 `신의 영역`일 정도다. 


또 과거 삼성그룹에는 야성과 카리스마가 넘치고, 사회 각 부문과 소통하는 마당발 같은 경영진이 있었는데, 지금은 자기 분야 전문성은 탁월하지만 친화력 있는 역전 노장들이 잘 안 보인다고 한다. 억울하겠지만 소통의 문제도 돌아보아야 한다.그럼에도 삼성이나 대기업들은 극복해나가야 한다.


 조금 더 민첩하고 따뜻하고 앞서가는 생각으로 무장된 `뉴노멀 시대의 감동 경영`이 필요하고, 이것을 오히려 브랜드 가치 상승의 수단으로 생각해야 한다. `삼성 스타일` 속에 `확증편향`이나 `집단사고`는 없는지 레드팀(자체 쓴소리 부대)이라도 가동해볼 만하다. 


그래서 무릇 삼성에 유익한 것은 한국에도 유익하고, 한국에 유익한 것은 삼성에도 유익한 새 길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몰매의 대상이 되곤 하는 삼성 등 대기업에 대한 정부와 국민의 관용, 애정, 격려 또 균형된 평가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매일경제 2020.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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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7-10 16:5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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