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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영/ 대북정책의 기조는 북한의 개혁개방이어야 한다
  • 기사등록 2020-07-09 16:58:22
  • 기사수정 2020-07-09 16:5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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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명예교수 국제정치학)



코로나19 확진자가 7일 하루에만 6만 명이 넘게 발생하는 등 재선에 빨간 불이 켜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 북한의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과 권정근 미국담당 국장은 “미국과 마주 앉을 필요 없다”고 단호하게 대화 거부 입장을 밝혔다. 한국을 방문 중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은 8일 “한국의 남북 협력을 강력히 지지하며, 3차 미·북 정상회담도 가능하다”고 일단 부드럽게 말했다.

그러나 미국은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 원칙을 견지하면서 대북 제재 완화나 해제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한국과 대조를 이룬다. 문재인 정권은 교착 상태 타개를 위해 스몰 딜과 적극적 남북 협력 등 창의적 접근법(?)을 제시하고 있으나, 북한과 미국 어느 쪽도 만족시키지 못한 채 그들의 불신감만 키우고 있다. 불신 상태가 계속되면 한국의 호의적 협력 제의나 중재 노력은 빛을 잃을 수밖에 없다.

전략적 비전과 현실감각을 상실한 문 정권은, 생존 문제가 걸린 외교·안보정책을 단순한 의욕과 희망적 사고만으로 지지세력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다. 문 정권은 지난 3년 동안 남북협력과 미·북 관계 개선을 위해 심혈을 기울여, 남북 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그러나 미·북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남은 2년 임기 안에 악화한 남북관계와 미·북 관계의 획기적 개선을 다시 모색하고 있다. 문 정권은 북한이 얼마나 비정상적인 정권인지 모른 체하거나 문제점들을 덮으려 하기 때문에, 바른 대북정책이나 대미(對美) 정책 추진이 힘들다.

북한은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엄청난 적대적 행위에 이어 문 정권에 대해 미·북 중재에 나서지 말라고 경고했다. 문 정권은 북한의 도발과 모욕에 맞서 당당하게 규탄하지 못하다가, ‘폭파’와 심각한 ‘무력행사’ 위협이란 수모를 당했다. 문 정권의 유약한 대북정책으로는 군사적 모험을 마다 않는 거친 정권을 제대로 다룰 수 없다. 


미·일과 관계를 소홀히 하고, 한국을 존중하지 않고 인민을 도탄에 빠뜨리는 김정은 정권에게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가. 문 정권이 과연 우리 국토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정권인지 궁금하다.

한국의 외교·안보정책은 실패한 정권 북한을 주 대상으로 추진하지 말아야 한다. 중국의 굴기와 추격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강 지위를 유지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국가는 우리와 소중한 가치 및 제도를 공유하는 미국뿐이다. 경북 성주의 사드(THAAD)포대 배치와 관련해 한국이 본 극심한 피해와 최근 홍콩에 대한 중국 정부의 무자비한 탄압은 미국과 중국의 차이를 잘 보여준다.

전략적 비전을 가지고 있다면 한·일 관계와 한·미·일 삼각관계의 중요성을 잘 알 것이다. 문 정권은 북한이 중국 및 러시아와의 소원했던 관계를 복원한 사실도 간과하면 안 된다. 가능성은 작으나, 미·북 정상회담이 궁지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전략의 하나로 활용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문 정권의 대북정책은 점진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핵을 가진 북한을 상대해야 하는 한국은 군 현대화와 한·미 연합 군사훈련 등으로 군의 전투력과 억지력을 강화해야 한다. 북의 위협을 피하기만 하는 편향적 정책을 무모하게 추진하면, 국가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 


북한의 위협에 맞서지 않고, 북의 눈치나 살피고 미국에 대북 제재 완화나 요구하는 행위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대북정책 기조는 북한의 개혁·개방이어야 한다. 

(문화일보 2020.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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