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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근/굳이 귀농,귀촌을 구분할 필요가 있을까?
  • 기사등록 2020-07-08 17:42:16
  • 기사수정 2020-07-08 17:4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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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지역공동체갈등관리연구소 대표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하이데거는 말했다. 말이 곧 존재를 가리킨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언어가 불분명할 때 그 실체도 희미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언제부턴가 ‘귀농’, ‘귀촌’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게 들린다. 도시에 살다가 어떤 이유로 농촌으로 이사 가 살게 되는 경우 흔히 쓰는 용어다. 그런데 귀농과 귀촌이라는 말이 현장에서는 차별적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요컨대 농촌의 청년 인구가 점차 급감하는 가운데 도시의 청년을 농촌으로 끌어들이려는 정책적인 배경에서 귀촌 보다는 귀농을 한층 우대하는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귀농’은 농촌문제 해결 의지가 강한 사람으로, ‘귀촌’은 개인적인 목적 달성을 위해 농촌의 장점을 이용하려고 무임승차하는 사람쯤으로 평가하려는 경향이 생겼다. 그 결과 지방정부나 농민들까지도 귀농인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생기게 됐으리라.

 

산업으로서의 농업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도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또 학술적으로나 정책적인 측면에서는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농촌생활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부적절하기까지 하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실제로 귀농•귀촌을 차별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지역 주민들과의 갈등이 유발되고 있는 현실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귀농을 했지만 막상 농사짓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고, 또 경제적으로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농사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이 생긴다. 그래서 역(逆) 귀농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냥 농촌생활이 좋아서 그곳에 눌러 앉는 경우도 있다. 그런가 하면 그냥 농촌생활이 좋아 귀촌했을 뿐인데 살다보니 의외로 적응이 잘 돼 영농활동에 적극 참여해 귀농인 이상의 성공을 거둔 사례도 없지 않다. 


 귀농•귀촌을 ‘귀향’으로 통칭하자


 귀농•귀촌을 굳이 구별해서 사용하는 것은 학술적, 통계학적, 정책적인 측면에서는 가능하겠지만, 농촌 현장에서는 귀농이든 귀촌이든 모두 현지 주민과 잘 적응하면서 다 같은 공동체 생활인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 

 

 지역 주민과의 갈등은 아주 사소한 선입견이나 오해에서 시작될 수 있다. 바로 그런 측면에서 낯선 도시민이 농촌으로 이주하는 데 귀농이니 귀촌이니 하며 기계적인 용어구분을 하는 것은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할 소지가 있다. 

 

귀농•귀촌하는 사람은 자기가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귀향’(歸鄕)이라고 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외지인에게 어떻게 ‘태어난 곳’, 즉 향(鄕))이라는 단어를 붙일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런데 ‘고향’이 꼭 태어난 곳에만 사용되는 건 아니다. ‘마음의 고향’, ‘제2의 고향’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귀농•귀촌자들이 현지 주민들과 서로 화합하지 못하고 소외되거나 심지어 갈등관계에 있다면 그것은 대부분 그들이 현지 주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농촌 현지인들은 그들을 귀농이든 귀촌이든 차별적으로 보지 않는다. 

 

 현지 주민들은 그들이 과연 초심을 잃지 않고 오래오래 현지에서 같이 살 사람들인지, 아니면 잠시 살다가 언제든지 떠날 사람들인지를 평소 잘 지켜보고 있다. 그들의 눈에 ‘아니다’ 싶으면, 그들은 지역 공동체의 일원으로 인정해 주지 않고, 갈등은 싹트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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