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임종수/ 광주 상무대의 영창은 반드시 활성화 해야 한다
  • 기사등록 2020-07-07 15:41:47
  • 기사수정 2020-08-11 16:04:12
기사수정

5.18평화연구원장

 



광주광역시 서구 상무평화로에는 김대중컨벤션센터와 옛 상무대 영창(營倉)이 마주 보고 서 있다. 5.18 광주민중항쟁 당시 계엄군에게 체포된 시민 3천여 명이 갇혀 고문과 재판을 받았던 역사의 현장이다. 당시의 영창과 법정은 물론 헌병대 사무실과 내무반, 식당 등이 밀랍 인형으로 생생하게 보존되어 있다. 

 

하지만 인근에 사는 주민들조차 이런 것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큰 길 건너 김대중컨벤션센터는 해마다 160여만 명이 북적거리지만 이곳 영창은 고작 2만 여명에 그칠 뿐이다. 그것도 5월에만 잠깐 붐비는 정도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너무도 대조적인 모습이다.

 

2017년 5.18기념문화센터 소장으로 부임했을 때 나는 이런 현실을 목격하곤 참담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래서 6개월을 준비한 끝에 마련한 것이 바로 '5.18 영창 특별전-스물 세 개의 방 이야기'였다. 전시 기간은 2018년 5월 10일~29일까지, 장소는 5.18 자유공원이었다.


 전시공간은 ▲헌병대 사무실과 그 식당 ▲영창 ▲법정 ▲중대 내무반 등 다섯 곳에 모두 23개의 방을 나누어 배치했다. 헌병대 사무실엔 반란의 방•분노의 방•저항의 방•학살의 방•공포의 방•왜곡의 방•해방의 방•최후의 방•통곡의 방•진실의 방 등 10개의 방을 전시해 놓았다. 


 중대 내무반에도 10개의 방이 있는데, ‘신념의 방’에는 광주항쟁의 진실을 전세계에 알린 외신기자의 활약상을, ‘추모의 방’에는 서울에서 광주까지 목숨을 걸고 내려 온 독일기자 힌츠페터와 택시 운전기사 김사복의 감동 스토리, ‘정의의 방’에는 광주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투쟁했던 기자들의 헌신적 투쟁을 담았다. 


 계엄군의 성폭행 사건을 최초로 공개한 전시내용이 대통령의 조사 지시로 이어지면서 언론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고, 관람객도 역대 최대인원이 몰렸다. 그러나 이 또한 그 때 뿐이었다. 관심은 금방 시들었고 영창은 또다시 적막강산으로 변했다.


 그래서 5.18의 비극을 국민들에게 어떻게 생생하게 보여줄 것인가를 여러 날 고민했다. 결국 김대중컨벤션센터를 방문하는 160만 명을 이곳 상무대 영창으로 이끌어내는 게 최선이라는 생각을 떠올렸다. 그리고 영창 바로 옆에 있는 넓은 공터 지하에 민주인권관을 신축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컨벤션센터와 역사전시관 기능을 하나로 통합한 형태이다. 서울 경복궁 옆 소격동의 옛 국군수도병원 자리에 신축된 서울현대미술관의 거대한 지하 전시관을 벤치마킹한 것이었다. 영창은 손 하나 건드리지 않고 원형을 보존하면서 방문객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했다. 


김대중컨벤션센터 입장에서도 기존 건물의 최근 거리에 제2센터를 건립할 수 있다는 장점 외에도 5.18 유적지를 지척에 둠으로써 다른 도시의 컨벤션센터와는 차별화된 이미지를 갖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서 민주•인권•평화와 관련한 행사를 유치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런 제안은 당시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수용되지 않았다. 지금도 5.18유적지를 활성화하려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 많은 논란들이 있겠지만 이를 계기로 더 좋은 방안들을 찾았으면 좋겠다. 지난 40년 동안 폐허로 방치한 것보다는 뜨거운 관심을 모아가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다. 

0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20-07-07 15:41:47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유니세프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