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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와 싸우고 코로나 전투까지
           북한을 챙길 여유 없는 중국
           사면초가 김정은 과격한 SOS
           北, 美엔 침묵 그나마 협상여지

(중국정법대 교수)                      


 "남북한은 한 민족이다. 중국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 유지를 희망한다." 북한이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직후 중국 외교부 논평이다. 중국은 한반도 긴장 고조 때마다 세 가지 원칙을 되풀이해 강조했다.


 `긴장 고조 행위 반대` `대화 해결` `중국의 건설적 역할 수행` 등이다.  지금 상황에 딱 들어맞는 얘기다. 그러나 이번엔 언급하지 않았다. 똑같은 말도 상황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 중국이 입버릇처럼 주문해온 원칙이지만 북한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될까 우려했을 것이다.


대신 남북한이 한 민족임을 강조하고 약방의 감초 격이었던 `중국 역할론`은 생략했다. 이는 중국이 이번 사안을 어떻게 보며 어떻게 대응할지 가늠하는 중요한 단서다.


중국 내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대북 전단 때문이기도 하지만 북한 내부 사정으로 인한 계획된 행동이라는 데 대체로 공감한다. 그래서 사태의 본질을 이해하려면 그들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은 꿈쩍 않고, 기대했던 한국은 너무 미온적이다. 


내부 불만을 배출할 외부 적이 필요하다. 일단 한국을 치고 미국을 압박한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중국이 `남북한은 한 민족`임을 거론한 것도 그런 이유다. 이번 일은 남북한, 나아가 미국과의 문제이지 중국은 관계가 없다. 그래서 `중국 역할론`을 뺀 것이다. 한쪽 편을 들거나 주동적으로 개입하지 않겠다는 선 긋기다.


올해는 북한에 특별한 해다.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이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국가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마무리하는 해다. 중국이 한국전에 참전한 `항미원조(抗美援朝)` 70주년이다. 축제여야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경제 상황이 특히 심각하다. 중국은 지난해 북한 전체 교역량의 95% 이상을 차지한다. 북한이 코로나19로 국경을 봉쇄하면서 양국 교역은 30% 이상 급감했다. 올 1분기 교역량은 2억3000만달러다. 세 달치 교역량이 한국·중국 하루 교역량의 3분의 1이다. 최근 트럭 운송이 재개됐다고는 하나 하루 평균 10대 정도다. 생필품 공급 차질이 불가피하다.


북한의 후계구도가 변수로 작용하는지도 관찰 중이다. 김여정 부부장의 대남업무 관장과 군부 지휘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한 의도에 주목하고 있다. 리더십이 확고함을 확인시키려고 더 강하게 나오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외교도 꼬였다. 두 차례 북·미정상회담과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으로 모든 게 잘 풀릴 것이란 기대는 수포로 돌아갔다. 미국 대통령선거가 한창인 지금은 대미 접촉도 여의치 않다. 총체적 난국이다. 따라서 중국 내에선 이번 사태를 북한이 긴급 타전하는 또 다른 형태의 SOS로 이해하는 분위기다. 긴급지원이 가능한 곳은 현실적으로 중국밖에 없다.


그렇다면 중국은 북한을 통 크게 지원할까? 내부 기류는 부정적이다. 미국과 전방위로 대결 중이고 코로나도 계속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기대했던 대규모 중국 관광객은 현재로선 불가능하다. 북한을 챙길 여유가 없다.


북한의 전격적 국경봉쇄, 중국의 소극적 지원 등 일련의 갈등으로 인한 양국 간 감정의 앙금도 진하다. 중국은 미국을 겨냥한 북한의 핵·미사일 추가 도발에 반대한다. 중국을 지렛대로 미국을 움직이는 게 쉽지 않은 구조다.


관건은 미국이다. 중국이 개입하지 않으면 미국을 움직일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미국은 한국의 중요한 동맹이고 북한은 위아래 층에 사는 형제다. 집안살림 부수면서 생떼 부리는 격이다.  다만 북한이 앞으로 취할 조치를 친절히 예고하고 미국은 한마디도 언급 않는 건 파국까지는 가지 않겠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한국과 미국의 국익이 항상 일치하지 않는 건 당연하다. 우선은 북·미 간, 남북 간 정상합의가 실행될 수 있도록 미국을 설득하는 게 급선무다. 그런 연후 국익을 극대화하는 현실적 방안을 찾아야 한다.  (매일경제신문 2020.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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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6-25 16: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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