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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공동대표

전 국방홍보원 원장 

전 중앙일보 정치부장 대우

 

 세계적인 코로나 정국에 뜬금없는 대북 전단 살포가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있다. 물론 그것이 어제오늘 있었던 건 아니다. 그런데 이번에 남•북간 민감 현안으로 부각된 것은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6월 4일 담화 때문이다.


 김여정은 이날 담화에서 “사람값에도 들지 못하는 쓰레기들이 함부로 우리의 최고 존엄까지 건드리며....”라고 강도 높게 성토했다. 이 발언은 탈북자들로 구성된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지난 5월31일 새벽 경기도 김포에서 대북전단 50만장과 소책자 500권, 1달러짜리 미화 2000장 등을 대형 애드벌룬 20개에 나눠 북한 쪽으로 날려 보낸 것을 두고 나온 말이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전례 없이 특단의 조치를 들고 나왔다. 전단을 살포한 이들 탈북단체를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으로 고발하고, 법인설립 허가 취소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밝힌 것이다.

 

 청와대도 11일 정의용 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를 열고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하겠다고 결론지었다. 이날 회의에는 이례적으로 행정안전부와 해양수산부 장관까지 참석했다. 


 김유근 NSC 사무처장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남북합의 및 정부의 지속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일부 민간단체들이 대북 전단과 물품 등을 계속 살포해 온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18년 4.27 판문점 선언이후 남과 북은 상대 지역에 대해 전단 살포를 중지해 왔다고 밝혔다.


 전단 살포를 금지해야 하는 근거로는 박정희 정부 시절인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에 따른 남북조절위 공동발표문과 노태우 시절인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 제1장 이행 부속합의서, 2004년 6.4합의서 등을 들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탈북자들로 구성된 민간 단체들이 북한의 지도부를 자극하는 내용의 전단을 대형 애드벌룬에 담아 띄워 보내 왔었다. 할 때마다 소요 경비도 만만치 않을 테지만 그 재원이 어떻게 충당되고 있는지는 밝혀진 바 없다. 


 이번에 통일부가 강경 대응조치를 한 만큼 당국이 조사를 할 것이다. 차제에 누가, 어느 정도의 금액을 지원해 주고 있는지도 소상히 밝혀내야 할 것이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과 대립, 갈등을 끊임없이 부추기는 일본 극우세력과 일부 종교단체의 물밑 지원을 받고 있다는 믿기 어려운 설도 있고 보면 수사당국은 이번에 그 실태를 확실히 밝혀줘야 할 것이다. 


 남과 북은 한 때 상대지역에 불온 전단을 무차별 살포해 온 시절이 있었다.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1960년대 말 이후 10여년 정도로, 서울 한복판에서도 대남 비라가 수시로 발견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은 심리전 측면에서도 효과가 별로 없는 것으로 입증된 지 오래고, 비용 대 효과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상대방의 감정을 자극하는 것 말고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이겠는가? 자유북한운동엽합 측은 이번 6.25 70주년을 맞아 또다시 100만장의 대북전단을 북한으로 살포할 계획임을 예고했다. 통일부와 국방부, 행안부와 해수부등 관계 당국은 법과 원칙에 따라 이들의 무모한 행위를 엄중 규제하겠다는 방침이다. 6.25 즈음에 정부 당국과 탈북단체가 한바탕 정면충돌할 개연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이런 구시대적이고 원시적인 대북 전단 살포행위를 언제까지 지켜보고만 있어야 할지 국민들은 답답할 따름이다. 대북전단 살포는 주로 경기도 김포와 고양, 파주, 연천 등지에서 이뤄지고 있는데 해당 지역 주민들은 그때마다 북측의 군사적 위협에 그대로 노출돼 왔었다. 북을 골탕 먹이려고 전단을 뿌렸으나 오리혀 남쪽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는 결과를 가져 온 것이다.   


북한에서는 앞으로 대북 전단을 담은 대형 애드벌룬이 북한 상공에 뜨면 즉각 고사포로 응사(應射)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예전에도 그런 사례가 있었기에 해당 지역 주민들은 매우 불안한 상태다. 애드벌룬이 북한군의 고사포 사격을 유인하고, 그것이 다시 우리 군의 대응 사격으로 이어진다면 남북간에는 순식간에 교전상황이 전개될 게 불을 보듯 훤한 일 아닌가.


 대북 전단 살포에 전념하고 있는 일부 탈북자들은 이제 생각을 바꿔야 한다. 자유 대한민국의 대북정책과 통일전략 테두리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기존의 대북 전단 살포 방식으론 남북협력과 평화는커녕 서로 증오심과 적대감만 더욱 증폭시킬 뿐이다.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대북 전단 살포야말로 우리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침해하는 안보 위협행위이므로 강력히 의법조치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또 휴전선 일대에 관련 탈북 단체들이 들어오면 현행범으로 체포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자유북한운동연합' 등 대북전단 살포 단체들에게 권하고 싶다. 그것이 북한을 변화시키는 데 최선의 방책이라면 굳이 휴전선 일대에서만 고집할 게 아니라 중국으로 건너가 두만강이나 압록강 주변에서 살포를 시도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지리적인 위치나 풍향 등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그쪽이 훨씬 유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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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6-12 18: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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