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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세계적으로 도시는 인구 집중과 기반시설 노화로 인해 자원과 기반 부족, 교통 혼잡, 에너지 부족 등 다양한 문제와 마주하고 있다. 스마트시티는 바로 이러한 필요성 때문에 등장한 개념으로, 도시에 정보통신,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의 신기술을 접목해 제한된 자원의 사용을 최적화하고, 이를 통해 도시의 경쟁력과 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하는 도시 모델을 말한다.

이미 미국은 2015년 '스마트시티 이니셔티브'를 발표한 뒤 대규모 투자를 해오고 있으며,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에너지ㆍ환경 분야를 중심으로 4개 도시에서 스마트시티를 진행하고 있다. 핀란드는 칼라사타마 스마트시티를 진행 중이며, 유럽연합(EU), 영국, 싱가포르 등도 적극적으로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2018년에 '혁신성장 8대 선도사업'의 하나로 스마트시티를 선정한 후 현재 관련 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현재 부산시와 더불어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로 선정돼 있는 세종시의 경우 스마트시티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하겠다고 밝혔다는 점이다.

스마트시티에서는 미세먼지, 주차, 악취 같은 다양한 도시 데이터들을 실시간으로 수집ㆍ분석한 뒤 이를 정책 수립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수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도시 전체에서 수집된 방대한 데이터들을 어디에 저장ㆍ보관해 둘 것인가 하는 것이다.


알파벳(구글 지주회사)의 도시 개발 자회사인 '사이드워크랩스(Side Walk Labs)'가 캐나다 정부와 공동으로 '사이드워크 토론토'라는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고, 알리바바가 중국 항저우시와 함께 '시티브레인' 건설을 추진하려고 계획하고 있는데서도 알 수 있듯 플랫폼 기업들에게 있어 다양한 유형의 수많은 생활 데이터를 수집ㆍ분석하는 스마트시티는 보물창고와도 같다. 


정부 입장에서도 최고의 빅데이터 분석 및 AI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함께 한다면 스마트시티 구축이 더욱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으니 좋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구글, 알리바바와 같은 거대 플랫폼 기업들이 스마트시티와 같은 공공 영역의 데이터마저 사유화할 수 있게 된다면 이들 기업의 지배력과 영향력은 인터넷을 넘어 훨씬 더 굳건해지게 될 것이다. 또한 기존 유저가 이탈하지 못하는 락인(Lock-in) 현상은 더욱 심화돼 나중에는 도시 전체가 한ㆍ두개 기업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웃지 못 할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바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블록체인이 요긴하게 사용될 수 있다. 기존 인터넷 시대에는 포털 등 플랫폼에서 정보를 통제했지만 블록체인 상에서는 모든 사람이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에, 소수의 거대 기업이 정보의 독점이나 관리의 독점을 통해 과도한 이익을 취하는 행위를 막고 집단 지성을 활용해 합리적으로 스마트시티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가능해 진다. 마치 앱스토어를 통해 여러 사용자들이 공동으로 스마트폰 생태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이때 우리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스마트시티의 데이터를 담는 그릇으로 퍼블릭 블록체인을 사용할 경우 개인정보보호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나 그렇다고 해서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이용하겠다고 한다면 그것은 대단히 잘못된 선택이다. 왜냐하면 프라이빗 블록체인의 경우 허가받은 소수의 사람들만이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독과점이나 정보의 집중과 같은 부작용이 그대로 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시티 사업은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현재 우리가 보유한 기술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흉내만 내기식의 사업 전개는 없어야 하겠다.
(아시아경제신문 2020.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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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6-02 18: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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