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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호 산림청장       

박종호 산림청장


  1990년대 이른바 ‘고난의 행군’ 기간에 북한에서 많은 아사자가 속출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당시 경제난 극복을 위해 노력했으나 구체적 성과를 내지 못했고, 2011년 12월 그의 후계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빈곤과 비효율적 시스템을 물려받았다.

북 산림 훼손, 주민 삶에 직접 피해....복구에 손 내밀면 서로 손 잡아야


  김 위원장은 집권 직후부터 경제 회생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정상 국가화를 시도했다. 그 무렵 황폐한 산림 복구 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한 것이 눈에 띈다. 북한에서 오랜 세월 고질병이 된 산림의 훼손은 산사태와 농경지 침수의 원인이다. 

이로 인해 북한 경제와 주민 삶에 직접적인 피해를 줬다. 벌거벗은 산림은 북한의 빈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처럼 됐다. 이에 김 위원장은 산림 복구 사업을 통해 젊고 새로운 북한 만들기를 시도했던 것으로 보인다.

산림 상황의 개선을 통해 국가와 사회의 일신을 도모하고자 한 국가는 북한뿐만 아니다. 1970년대 한국도 경제 발전과 함께 산림을 복구하는 사업에 총력을 다했다. 
당시만 해도 남쪽 산하는 일제 식민 지배와 6·25전쟁, 그리고 가난의 상흔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황폐한 산림 복구를 통해 과거를 극복하고 미래를 위한 희망을 심고자 했다.

세계 대전을 겪은 이후 지구촌은 전에 없던 경제 발전과 인구 증가를 경험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환경 오염과 지구 온난화 문제는 ‘기후 재난’이라 할 정도로 심각해졌다. 
환경 오염은 한 국가 또는 일부 지역에서 시작되더라도 그 피해는 국경을 뛰어넘는다. 무엇보다 우리 세대에서 멈추리라는 보장도 없다. 다음 세대에까지 큰 짐을 안기는 셈이다.

환경오염뿐 아니다.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19와 아프리카돼지열병(ASF)처럼 감염병은 국경·이념·종교를 가리지 않는다. 이런 새로운 위협에 맞서 우리가 이길 수 있는 방법은 함께 연대하고 협력하는 것이다.

북한의 산림 복구를 위한 노력은 내부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는 자세라는 각도에서 존중해주고 싶다. 그러나 산림을 복구하고 산이 인간에게 주는 풍요를 다시 누리기 위해서는 큰 비용과 시간을 치러야 한다. 

산림녹화를 위해 벌목을 금지하면 민간의 땔감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말처럼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저개발 국가에서 산림녹화와 경제 성장을 동시에 성공한 사례가 극히 드물다.


산림녹화 과정에서 북측 피해는 백두대간 남쪽에까지 미칠 수도 있다. 기후변화와 미세먼지, 산림 병해충의 남하 또는 북상, 남북 공유하천 주변의 산사태로 인한 피해 등은 이미 남과 북 어느 한쪽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렇기에 2018년 4월 남북 정상의 역사적인 판문점 만남 이후 산림 협력을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우선 사업으로 선정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해 9월 남북은 평양 정상회담 선언문에 산림 협력을 명시했다. 산림 분과 회담을 했고, 산림 병해충 공동 방제 및 약제 협력을 진행했다. 남북은 그동안 산림 협력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왔다.

정부는 이렇게 구축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산림 협력을 본격화하기 위해 다양한 준비를 해왔다. 한반도 산림 생태계 복원 기반 마련을 위해 남북산림협력센터를 거점별로 조성 중이다. 

그중에서 스마트 양묘에 특화된 경기도 파주 센터가 3일 문을 연다. 또한 남북 산림 협력의 법적 근거를 담은 개정 산림기본법이 4일 시행된다. 남북 산림 협력의 안정적·지속적 추진을 뒷받침할 것이다.

이제 남북이 해야 할 일은 하루속히 서로 손을 내밀고, 내민 손을 잡는 일이다. 이는 어느 한쪽이 공여자도 수혜자도 아니다. 한민족 삶의 터전인 한반도 산림 생태계를 함께 복원하는 상호 협력 사업이다. 
한반도에 터를 잡고 사는 현세대와 후대의 풍요를 위한 본격적 사업이 하루속히 시작되길 간절히 바란다. (중앙일보 2020.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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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6-02 15: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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