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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명예교수 국제정치학)

미국의 제재 완화와 양보를 바라는 북한이 핵무력 강화라는 도전적 카드로, 코로나19 사태와 오는 11월 대선으로 정신없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미국은 즉각 비핵화가 우선이라고 응수했는데, 대북 제재를 넘어 군사적 선택 가능성도 시사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2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근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핵전쟁 억제력을 더한층 강화하고 전략무력을 고도의 격동상태에서 운영하기 위한 새로운 방침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의 무력 강화 방침에 대해, 미국의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즉각 “북한이 훌륭한 경제 보유를 원한다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해야 하며, 북한의 행동에 따라 대응을 조정할 것”이란 기본 입장을 확인했다.

눈여겨볼 점은 오브라이언 안보보좌관이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3년 반 동안 북한과의 갈등을 피해 왔으며, 북한의 경제발전을 위해 핵 포기를 희망한다”는 절제된 대북 기조 유지 언급이다. 이번 김 위원장의 메시지는 지난해 말 노동당중앙위 전원회의에서 “곧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지 5개월 만에 나왔다.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북극성-3형이나 고체연료 엔진을 장착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가 머지않아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 대선이 끝날 때까지 대북 관계 악화를 원치 않을 것이며, 북한은 주어진 기간 활용을 위해 핵·미사일 개발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북한의 핵 개발이나 도발 행위를 애써 외면하면서 남북 협력에서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문재인 정부와의 관계 강화는 북한의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21일 “북한이 스스로 필요한 안보 상황에 조치하는 것까지 문제 삼자고 들면 오히려 문제를 풀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미·북 대화의 진전 여부와 별개로 남북 간 교류 협력을 심화할 수 있도록, 유엔 제재를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일을 정부 차원에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통일부가 5·24 대북 제재 조치의 사실상 폐기를 발표한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이다. 통일부는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을 통해 북한 주민과 접촉했을 경우 신고하지 않아도 되도록 추진하고 있다. 미흡한 안전장치로 인한 불행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유감스럽게도 우리 군의 전력은 최상에 못 미친다.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위해 가장 먼저 일선에서 목숨을 바쳐야 하는 군은 항상 임전 태세를 갖춰야 하며, 존경의 대상이 돼야 마땅하다. 그런데 최근 우리의 안보 태세가 크게 악화한 배경에는 문 정부의 잘못된 환경 변화 인지 및 대응이 있다. 외교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인해 난관에 빠져 있다.


외교부는 대미 관계와 대일 관계에 더 신경 써야 한다. 군도 불안하다. 사단장 경력도 없는 사람을 수도방위사령부 사령관으로 임명하는 등 코드 중심 군 인사는 심각한 병폐다. 군사훈련 연기·축소뿐 아니라, 북측의 도발에 대한 미지근한 대응은 군의 사기를 떨어뜨린다. 하극상이나 군기 문란은 군의 전투능력뿐만 아니라 존경심과 신뢰마저 앗아간다. 북한 선전 매체들은 우리 군을 ‘오합지졸’이라고 조롱한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심각한 핵·미사일 개발과 재래식 무기의 성능 강화 집념을 올바로 인식하고, 심각한 안보 저해 요인들을 근절해야 한다. 군도 스스로 새로운 각오로 안보 환경에 적응하며 새롭게 태어나기 위한 노력을 배가해야 할 때다. (문화일보 2020.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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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5-27 18: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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