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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

최근 미국과 중국이 코로나19 팬데믹 책임론을 두고 날 선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중국의 책임에 미국은 연타를 날렸다. 지난 15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관계를 끊을 수 있다며 중국과의 ‘대결별’을 암시했다. 이튿날 미국이 중국을 배제한 경제번영네트워크(EPN)를 구상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20일 미 행정부가 의회에 제출한 대중(對中) 전략적 접근 보고서에는 국익과 영향력의 수호를 다짐하면서 중국과 이익이 일치하면 협력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를 두고 국제사회에는 미·중 간의 ‘신냉전’이 머지않았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미·중 패권전쟁은 중국의 코로나 사태 책임 회피가 결국 방아쇠를 당겼다. 국제사회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진원과 확산 경로의 진의를 밝힐 것을 요구했지만, 중국은 묵비권으로 일관하는 악수(惡手)를 뒀다. 또한, 지난 1월 세계보건기구(WHO)에 코로나19 팬데믹 선포의 연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다. 인류를 청부살해한 범죄다. 그런데도 중국에서는 어떤 책임의식도 찾아볼 수 없다. 적반하장으로 중국은 2019년 10월 우한(武漢) 세계군인체육대회에 참가한 미군들이 바이러스를 심었다는 공상소설 같은 이야기로 미국에 책임을 전가했다.

미국이 화난 것은 단순히 중국의 무책임한 행동과 묵비권 때문이 아니다. 중국이 인간의 존엄·자유·평등·민주주의·인권존중 등의 인류 보편적 가치를 무시하고 자국의 가치가 더 우월하다는 신념에서 행동하기 때문이다. 시진핑 시대의 중국이 사회주의의 우월성을 세계에 입증하려는 야욕을 정책 기조로 채택한 결과다.

2013년 시진핑은 미·중 간의 협력과 갈등의 경쟁 결과를 자본주의의 소멸과 사회주의의 승리로 설명했다. 2017년에는 중국이 종합 국력과 국제적 영향력 면에서 글로벌 리더가 돼야 한다는 사명을 알렸다. 그 방법으로 중국 특색 사회주의 시스템의 강화를 촉구했다. 중국이 미국과의 패권 경쟁을 이념과 가치의 우월성 경쟁으로 몰아간다는 방증이다.

중국은 미국과의 패권 경쟁을 가치와 체제의 우월성 경쟁으로 인식한다. 따라서 코로나 사태의 대응 성과를 사회주의 가치와 체제의 우월성으로 포장한다. 또한, 과오와 치부를 덮는 데도 악용한다. 결국, 중국의 사회주의 가치에 인류의 안위와 건강은 없음을 보여준다. 중국이 주창하는 인류 운명공동체와 중화민족의 부흥의 가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은 수교 이후 지난 40년 동안 중국이 보편적 가치를 수용하는 국가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시진핑 시대의 중국이 사회주의를 무기로 국제 규범과 질서에서 자국의 ‘예외주의(exceptionalism)’를 주장하고 나섰다. 즉, 이념을 빙자한 모든 행동이 정당하다는 것이다.

오늘의 국제질서는 자유·인권·민주·개방·법치·공정과 상호주의 등의 가치에 기반한다. 반면 중국의 행태를 근거로 본 인류 운명공동체의 가치는 인권 탄압, 자유 억압, 감시와 통제 등의 통치 수단으로 공산 정권의 존속을 정당화하는 예외주의와 사회주의임을 유추할 수 있다.

미·중의 ‘신냉전’은 이념전쟁이다. 우리는 또 한 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물질적 이득보다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를 생각하면 선택은 쉽다. 보편적 가치의 보장보다 국민의 화합, 단결과 협력을 이끌어낼 좋은 동력은 없다. 국익을 위한 전략 마련에 국민의 지혜를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부터 중국의 인류 운명공동체를 우리의 가치와 동일시해선 안 된다.
(문화일보 2020.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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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5-26 17:5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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