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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방홍보원장)


 

 5.18 40주년이 되는 올해 최대 우방인 미국이 최근 우리 정부의 요청에 따라 비밀 해제된 외교문서를 보내왔다. 5.18 관련 문서 43건, 143쪽 분량이 그것이다. 한국 정부가 5.18 진상규명과 관련, 미국 정부에 공식 요청해 문서를 전달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문건에는 1979년 12.12 군사쿠데타 이틀 뒤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군을 장악하기 위해 미국의 도움을 바라는 것 같다는 윌리엄 글라이스틴 주한 미국대사의 평가가 들어 있었다. 또 이듬해 5.18 당일, 전두환 사령관이 중앙정보부장 서리를 겸직하고 있는 것에 대해 국민이 걱정하고 있다는 당시 계엄사령관 이희성 대장의 평가도 그대로 실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당시 한국정부는 학생운동이 통제되지 않을 경우 한국이 베트남처럼 공산화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미국 측에 피력했다는 사실도 포함돼 있으며, 가장 우려했던 북한의 도발징후는 전혀 없었던 것으로 나와 있다고 전해진다.


 예전에는 없던 문서공개라는 점에서 그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고 평가될 수 있다. 하지만 5.18의 진상을 밝히는 데는 크게 미흡하다는 점 또한 사실이다. 예컨대 그 당시 발포 명령자는 누구였고, 어떤 명령계통에 따라 공수부대가 작전을 전개했는지 등을 확인하는 데는 별로 도움을 주지 못한다. 


최근 국내에서 발굴된 문건, 즉 5월 21일 전남도청앞 전일빌딩에 대한 헬기 사격이나 민간인 암매장 등 몇 건의 문건에 비하면 정보적 가치는 오히려 많이 떨어지는 수준이다. 


 미국은 창군 이래 지금까지 한국군의 일거수일투족을 손바닥 보듯 들여다보고 있다. 40년 전 5.18 당시도 마찬가지였다. 현직 대통령이 최측근 심복의 총에 맞아 서거(1979.10.26.)한 그 순간부터 한국군의 모든 움직임은 주한미군사령관에게 시시각각 보고되는 시스템이었다. 


 주한미군사령관은 그때나 지금이나  △한•미연합사령관(CFC)  △유엔군사령관(UNC)  △주한미군 선임 장교 등 4개의 모자를 쓰고 있으며, 한국군에 대해서는 전시(戰時)는 물론 평시(平時)에도 작전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미 육군 내에서도 랭킹 안에 들어가는 막강 파워맨이다. 


 국가 비상사태를 맞아 혹시 있을지도 모를 북한의 도발책동에 군사적으로 대비하는 한편 한국군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권력투쟁 양태까지 면밀히 분석하고 있었던 게 바로 주한미군이었다. 당시 계엄사령관 정승화 육참총장을 전격 체포한 12. 12 쿠데타 이후 한국의 최고 실권자로 등장한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육군 소장)은 그래서 미국의 최대 요주의 인물이었다.


 5.18 광주민주화 운동 40주년이 되는 지금까지 발포 명령자가 누구인지도 밝혀내지 못하고 있는 현 상황은 답답하다 못해 군사주권 국가로서의 자존심에 심한 상처를 입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미국이 우리와 진정한 혈맹임을 인정한다면 반세기가 지난 이제는 5.18 당시의 진상을 밝혀줄 수 있는 모든 자료(문서든 영상이든 아니면 사진이든)를 한국정부웨 제공해 줄 때도 됐다고 본다. 40년 세월 동안 미국은 5.18의 아픔과 진상규명에 너무도 무심했고 수수방관해 왔음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 정부도 그동안 40년이 되도록 미국 정부에 5.18 관련 자료요청을 소홀히 해 온 데 대해 냉철하게 반성하고 새롭게 다짐해야 한다. 우는 아이 젖 준다는 속담처럼 관계 당국은 미국정부에 끈질긴 집념을 가지고 요청하고 또 요청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요구하지 않는데 미국이 알아서 줄만큼 친절하지는 않다. 한국 정부의 끈질긴 자료요청과 미국의 적극적인 자료개방을 기대한다. 미국이 맘먹기에 따라 5.18의 진상규명은 의외로 쉽게 풀릴 수도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이번이 좋은 출발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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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5-22 17:5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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