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봄비
이수복(1924~1986)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길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것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것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것다.
봄비가 그치면 만물이 생동할 것이라는 희망적인 어조 뒤에 임과의 이별로 인해 겪었던 화자의 아픔이 암시되어 있다. 여기서 전통적인 애상(哀傷)의 정서가 진하게 묻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