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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 송가(頌歌)


                                     박재삼



얼마 전까지

봄뜰을 수놓았던 꽃들은

겨울을 넘긴 어려움을 따라서

가늘고 여릿하게만

그 아름다움을 겨우 나타내더니


지금 천지가

화창한 녹음으로만 덮인 철에는

마치 부잣집 맏며느리 같은

든든하고 실한 모란이

온 세상의 기운을

한군데로 한군데로만 집중시켜

그모습을 환하게 피어오르나니


꽃을 처음으로 꽃같이 보는

이 눈부신 한나절

일력(日歷)은 어쩌면 이때부터 시작되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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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5-07 23:5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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