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모란 송가(頌歌)
박재삼
얼마 전까지
봄뜰을 수놓았던 꽃들은
겨울을 넘긴 어려움을 따라서
가늘고 여릿하게만
그 아름다움을 겨우 나타내더니
지금 천지가
화창한 녹음으로만 덮인 철에는
마치 부잣집 맏며느리 같은
든든하고 실한 모란이
온 세상의 기운을
한군데로 한군데로만 집중시켜
그모습을 환하게 피어오르나니
꽃을 처음으로 꽃같이 보는
이 눈부신 한나절
일력(日歷)은 어쩌면 이때부터 시작되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