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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양성현


희망아 힘내

                          정자선 시


안녕꽃
콩깍지
비닐봉지를 뜯다
아버지
힘겨운 날엔
님은 먼 곳에
그해 여름
정든 이별
꽃바람
안녕딱따구리
사랑아
민들레
톡톡
동네 한 바퀴,
개망초




정자선은 전남 해남에서 태어났다.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1991년 《세계의 문학》에 시 <깡마른 남자> 외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그는 꽃처럼 살기 위해 여러 일을 해왔다. 목수 일, 출판사 영업사원, 제작일, 그리고 IMF 때 빈손으로 회사를 시작했고, 한 때 사업을 어느정도 성과도 냈다. 시도 쓰고, 책도 내고, 사업도 이만하면 되겠다 싶은 때도 있었다. 그러나 속절없이 또다시 어려워졌고, 인생 쓴맛도 맛봐야 했다. 


인생 그 쓴맛

혼자서라도 기차를 타라. 살아갈수록 힘들다면 산책하라.

너무 많이 고민하지 말라. 꽃에게서 열정을 배우라.

우울하다면 노래를 불러라. 떨끝만큼도 인생을 미워 말라.

함부로 눈물을 보이지 말라. 포기할 것은 포기해라.

사랑할 것은 사랑해라. 스스로가 갈대가 되지 말라.

휘어져서도 울지는 말라. 버려야 할 것에 마음 두지 말라.

살아가면서 비바람은 만난다. 너무 깨끗해지려고 노력 말라. 

실패를 두려워 말라. 실패는 항시 밑천이다.

자. 이제 희망을 노래하라.


이 인생 그 쓴맛이 그리웠던지 시인은 아예 음식점을 차렸다. 매운맛이 그리운 사람들을 위해 앙칼진 뼈를 도려낸/매운 닭갈비 구이 집을 낸 것이다. 


세상과 이리저리 부딪치며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면 일어나 웃고, 꽃은 또 피고 지고피고 지고 헤어졌다 만나고 헤어졌다 만남을 순리로 받아들이는 그런 길을 그는 내내 걸었다. 


아마 그는 이제 백일홍처럼 백일홍처럼 불타게 살고 싶어, 그 뜨거운 화덕 앞에 쪼그리고 앉아, 그 매운 닭갈비처럼 그렇게 세상을 관조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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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4-22 22: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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