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라일락 그늘에 앉아
오세영
맑은 날 네 편지를 들면
아프도록 눈이 부시고
흐린 날 네 편지를 들면
서럽도록 눈이 어둡다
아무래도 보이질 않는구나
네가 보낸 마지막 한 줄
무슨 말을 썼을까
오늘은 햇빛이 푸른 날
라일락 그늘에 앉아 네 편지를 읽는다
흐린 시야엔 바람이 불고
꽃잎은 분분히 흩날리는데
무슨 말을 썼을까
날리는 꽃잎에 가려 끝내
읽지 못한 마지막 그 한 줄
오세영은 시인이다.
1942년 전남 영광에서 출생해 장성, 전주에서 성장했으며,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박목월의 추천으로 1965년 8월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시간의 쪽배』 『봄은 전쟁처럼』 『적멸의 불빛』 『벼랑의 꿈』 『사랑의 저쪽』 등이, 학술서적으로 『한국낭만주의 시 연구』 『한국현대시 분석적 읽기』 『문학과 그 이해』 『우상의 눈물』 『상상력과 논리』 『20세기 한국시인 연구』 등이 있다. 버클리대 및 프라하대 초청 및 방문교수, 아이오아대학교 국제 창작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만해상(문학부문), 한국시협상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서울대 명예교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