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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외교참사다. 이건 이명박 첫해에 벌어진 소고기 수입개방 참사보다 심각하다. 8월 중순에 미 상하원과 바이든 대통령이 인플레 감축법(IRA)을 통과시키고 서명하도록 우리 정부는 이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미국의 중간선거 전까지 사태를 관망할 모양이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김성한 안보실장, 김태효 안보실 1차장, 박진 외교부장관, 조태용 주미대사 등 온통 미국통 일색으로 정부 안보라인을 포진해 놓고도 말이다. 주미 한국대사관에는 의회과, 경제과가 설치되어 있다. 그 자들은 도대체 이런 사태가 오도록 무슨 일을 했는가? 법률안의 처리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대응책을 수립할 수 있는 충분한 인력을 제공받았고 입만 열면 한미동맹을 외치던 그들이다. 

그런데 막상 IRA가 통과되자 일주일 넘게 넋을 잃고 있다. 국가를 책임질 능력도 자세도 되어 있지 못한 사람들이다. 모조리 엄중하게 문책해야 한다. 국회는 즉각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  IRA는 바이든 대통령이 선거 과정부터 “기후위기를 국가안보의 주요 의제를 삼겠다”고 한만큼 바이든 집권 초부터 예견되던 법률이었다. 

작년의 경기부양 패키지, 인프라 투자 패키지에 이어 세 번째 패키지로 나온 이 법률은 말은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을 외치지만 사실상 보호무역의 기조를 바탕으로 한 미국 재건 프로그램들이다.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동맹을 희생시키고, 미국 내 일자리는 늘리겠다는 노골적인 중상주의 정책이다. 

규칙을 준수하고 자유롭고 개방된 세계를 외치는 미국은 WTO, FTA 규정을 서슴없이 위반하면서 오직 일자리를 외치고 있다. 이런 태도는 기후위기 극복과 거리가 멀다.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정부의 자기 정치일 뿐이다. 중요한 건 동맹이나 세계적 공급망이 아니라 미국 내 일자리, 리쇼어링 정책이 핵심이다. 

다만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지역구의 상원의원이 반대하여 이를 설득하느라고 늦어진 법률이었다. 즉 우리 정부가 대응할 시간이 충분했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7월 말에 “미국의 보조금을 받는 반도체 업체는 중국에 신규투자를 할 수 없다”는 반도체법이 미 하원을 통과하여 우리 반도체 산업에 빨간 불이 켜진 상태였다. 

이걸 보고도 곧 뒤이어 의회 통과를 기다리던 전기차와 밧데리 산업에 치명적 영향을 줄 IRA 통과를 예상하지 못하고 당한 것인가? 만일 예상하고 있었다면 8월 3일에 한국을 방문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만나서 이 문제를 거론하지 못한 이유가 도대체 무엇이냐? 대통령의 전화 통화에서 이 문제가 아예 의제에서 누락되었다면 한덕수 총리라도 펠로시를 만나야 했을 것 아닌가? 

법률 통과를 막을 수 없었더라도 미국에 경고라도 했어야 할 것 아닌가? 동맹을 이런 식으로 취급하지 말라고 혼이라도 냈어야 할 것 아닌가? 이건 미국이라면 절절 매면서 우리 경제에는 나몰라하는 무책임의 극치다. 입만 열면 경제안보니, 기술동맹이니 떠들기는 하더니만. 그렇게 미국과 일본에 끌려 다니며 국익을 놓고 버틸 줄 모르는 그들이 앞으로 또 어떤 무능력을 보여줄지 생각할수록 아찔하다. 

그들이 말하는 기술동맹이라는 게 미국에 탈탈 털리며 일자리 제공하고 천문학적인 투자를 약속하는 것. 지금 이 순간에도 정부는 “미국 중간 선거 이후에나 협의해볼만 하다”는 입장이다. 쉽게 말하자. 대책 없다는 이야기다. 하와이를 방문한 김성한 안보실장이 설리반 백악관 안보보좌관으로부터 겨우 듣고 온 말이 “미 NSC 차원에서 검토해 보겠다”는 한마디. 얼마나 호구였으면 이런 취급을 당할까. 

그런 푸대접을 감수하면서도 중국과 디커플링이니, 공급망 재편이니 떠들어댔으니 중국 관영 언론이 “한국 꼴 좋다” 고 비아냥거리는 데도 할 말이 없다. 이런 상황을 천연덕스럽게 관망하는 정부가 아무런 유감이나 사과 한마디 없다는 게 더 아연실색할 일이다. 전부 문책하고 집으로 보내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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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9-06 16:4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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