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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집중 호우 영향으로 광주·전남지역 어업·양식업 피해 등이 잇따른 가운데 14일 강진군 마량면 앞바다 해상 가두리 양식장에서 한 어민이 담수 유입으로 폐사된 전복을 바라보고 있다. 나건호 기자
       최근 집중 호우 영향으로 광주·전남지역 어업·양식업 피해 등이 잇따른 가운데 14일 강진군 마량면 앞바다 해상 가두리 양식장에서 한 어민이 담수 유입으로 폐사된 전복을 바라보고 있다. 나건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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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 달라는 것 아닙니다. 빚 갚을 기회를 주세요. 저희에게 살아갈 희망을 남겨주세요."14일 강진군 마량면에서 전복을 키우는 김성호·이은영 부부는 "채무 상환만이라도 미뤄달라"고 간절히 호소했다.

김씨 부부는 지난 7일 400㎜가 넘는 폭우로 인해 가두리 양식장에서 키우던 전복이 전부 폐사했다. 이들 부부가 입은 피해면적 3㏊, 폐사한 전복 100만 미, 재산피해(본인 추정)액만 25억원에 달한다.

이들 부부가 속한 마량어촌계 31어가도 추석 명절에 내놓으려고 키우던 1~3년생 전복 2291만 미가 전량 폐사했다. 피해액만 400억원에 달한다. 이번 폭우로 전남도내 총 전복 피해액(524억원)의 76%에 해당된다.

벌써 일주일째 뜬눈으로 밤을 샌 이은영 씨는 "아무리 씻어도 자식 같은 전복이 썩어들어가는 냄새가 도저히 지워지지 않아 잠을 자지 못한다"고 호소했다.

북한 황해북도 출신인 이씨는 2001년 남한에 왔다. 2011년 남편 김성호 씨와 결혼해 강진 마량면에서 주꾸미를 잡았고, 2015년 전복사업에 뛰어들었다. 정부의 양식사업 장려책을 믿고 내린 결정이었다. 정부 지원금과 은행 대출금 등 빚만 수십억원에 달한다.

매일 새벽 4시부터 양식장에서 밤을 지새우길 10여 년 째. 휴일도 없이 매일같이 일만 하며 보낸 세월이다. 덕분에 강진에서 두 번째로 전복을 많이 키우는 집이 됐다. 전남에서도 손꼽히는 생산량을 자랑한다.

김씨 부부는 사업 규모가 확장되자 탈북민과 주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했다.

"탈북 후 받았던 정착지원금 3000만원이 너무나도 감사했다"는 이씨는 없는 살림에도 일부를 쪼개 사회 환원에도 앞장서 왔다. 받은 지원금의 열 배가 넘는 돈을 인근 보육원에 기부했다. 그렇게 10여 년 노력이 결실을 맺어 드디어 2024년이면 모든 채무를 상환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재난은 모든 꿈을 앗아갔다. 지난 10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것은 한순간에 불과했다.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10억원이 넘는 채무뿐이다.

지난 12일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이 이곳에 왔을 때 역한 냄새를 풍기는 전복들 위에 무릎을 꿇고 "제발 도와달라"고 하소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이씨는 "이곳 어민들 상황은 너무나도 참담한데 현장만 살펴보고 돌아갈까 봐 덜컥 겁이 났다"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다"고 했다.

이들이 바라는 것은 '보상금'이 아닌 '채무 유예'다. 치패를 매입해 전복을 키우는데 최소 3년 이상 소요되다 보니 적어도 3년까지는 채무 상환을 미뤄달라는 요구다. (전남일보 2021. 0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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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7-15 16:2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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