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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전에 어머니가 쓰시던 지팡이




석 다음 날부터 걸을 때마다 오른쪽 엉치뼈 있는 데가 아파 절뚝거린다. 급기야는 어머니가 생전에 쓰시던 지팡이를 꺼내 짚고 다니는 처지가 됐다.


추석 때 배송비 아끼겠다고 무리해서 여기저기 직접 배달하고, 물건 나르고 해서 허리에 무리가 갔는데 추석 전까지는 긴장하고 있어 증상이 안 나타났다가 추석 지나고 맥이 풀리면서 아프기 시작한다.


주유소 옆 이웃인 정형외과에 아침 일찍 뇌물용(?) GS편의점 커피 몇 잔 뽑아들고 진찰 받으러 갔다. 원장이 "이거 이미 나한테 몇 번 왔던 병 아네요?" 라는 표정으로 증상을 다 말하기도 전에 "허리로부터 시작한 것이니 약 처방하고 주사 맞고 물리치료 하세요" 하면서 간호원에게 "다음 환자는?"  이런다.


제길 ~~ 이웃 사촌이라 좀 자세히 봐 줄 줄 알았더니 ㅠ 뇌물도 바쳤는데 ... 원장이 이렇게 말 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어머님 생전에 집에서 간병하면서 하루에도 수 십번 뉘었다 일으켰다하고 자세 바꿔라 하면 5분이 멀다하고 어머니를 들어 옮겼으니 허리, 다리가 아파 이웃 정형외과를 걸핏하면 들락거렸다.


제일 힘든 게 어머니 용변 후 목욕 시켜드릴 때였다. 나도 지공거사 노인인데 무리해서 어머니를 침대에서 들어 휠체어 태운 후 목욕탕에 가서 다시 들어 목욕 의자에 앉혀 목욕 해 드리고, 다시 이 동작을 역으로 반복해 침대에 누인 다음 물기 닦아 드리고 파우다 톡톡, 보습제 바르고 기저귀 채운 후 옷 입혀 드리면 흐뭇하게 미소지으며 주무셨다.


내 자랑이지만 치매 말기에 움직이시지 못하고 종일 침대, 휠체어에 앉아 계셨는데 욕창 한번 안 생겼다. 그 더운 여름 날에도... 물론 에어컨 돌리긴 했지만 ㅋㅋ 기본적으로 1주일에 3회 이상 목욕 시켜드렸으니 욕창이 번질 틈이 없었다.


지팡이를 물끄러미 쳐다보니 어머니가 이거 짚고 다니시던 때가 생각이 난다. 그런데 기억이 자꾸 희미해진다. 아,  참 어머니가 살아계셨으면 이런 내 꼴을 보고  "고거 일했다고, 쯔쯧 어디가서 뭘 해 벌어먹고 살겠니 ..." 그러셨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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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10-08 17:3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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