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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준교수의 귀농일기> 사과는 흉년인데 추가 주문은 왜 이리 많은지...
  • 기사등록 2020-10-05 16:01:30
  • 기사수정 2020-10-06 15: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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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지난번에 "사과 값이 비싼데도 죽겠다"고 말한 이유를 이제 말해야 하겠다. 


올해 날씨가 농작물 기르기에는 최악 조건인지라 사과가 제대로 결실이 안 돼 수확량이 대폭 줄었다고 지난번 포스팅에서 얘기했다. 시장의 법칙으로 사과 값은 당연히 천정부지(天井不知)이고, 그렇면 사과 장사 노나는 것 아닌가.


맞다. 사과만 많이 거둬 들였으면 이번 추석 사과장사 간만에 껄껄 웃을 수 있었을텐데. 추석 사과의 주종인 홍로가 평년엔 15kg 컨테이너로 280 짝이 나왔다. 선과(選果) 후 계산해 보니 쓸만한 게 140 짝 정도 나왔다. 5kg 선물용 박스로 겨우 400 여 짝 만들 수 있는 양이다.


다행히 올 추석은 10월 1일로 늦어 9월 25일경 수확하는 히로사끼를 좀 일찍 봉지를 벗겨 추석 사과로 쓰려고 했지만 마찬가지로 거의 절반 가까이 날라갔다. 예년 평균 추석 선물 배송량이 5kg 박스로 800 여 상자 정도인데 히로사끼를 넣어도 500개가 안 된다.


 아이고 큰 일 났다. 그럼 주문 취소하면 되지 않느냐고? 사과 장사 이번 추석만 하는 거 아니다. 다음 설도 있고, 앞으로도 연연세세(年年歲歲) 계속해야 한다. 그러니 매년 단골 주문 고객들에겐 대깨대(대가리가 깨져도 大) 로 주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주문 순으로 먼저 우리 사과를 배송한 다음 모자라면 공판장에서 구매 후 보내주기로 했다.


물론 이러한 사정을 고객들에게 말씀드리고 공판장에 가 보니 작년 보다 거의 2~3배 올랐다.추석 제수용 사과선물로 인기인 특대과는 15kg 오픈 박스 한 상자에 13~14만원 선이다. 작년엔 끽해야 7~8만원 했는데 가장 많이 팔리는 5kg 16과 대과는 15kg에 9만원까지 한다.


 아니 이거 사다 팔면 나는 뭐 먹고 살라고? 한 달여 전에 잘 아는 분으로부터 사과 5kg 선물용 대과  50박스를 주문 받았다. 당시 대충 작년 가격대를 참조하고, 또 이 분과는 오랜 인연을 이어 왔기에 시가보다는 싼 4만원에 주기로 했다.


허걱 사과가 떨어져 공판장에서 사려고 가보니 5kg 아스테지(사과박스 반이 투명 비닐로 덮힌 포장) 한 박스에 경매 낙찰가가 37,300원이다. 아니 여기다 택배비 합하면 그냥 밑지고 들어간다. 내가 공판장에서 산 영수증 있으니 증거를 대라 하시면 제출하겠다.


그래서 택배비라도 아끼려고 내가 인천으로 직접 싣고 가기로 했다. 다행히도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다 나눠 주는 것이라서 회사까지만 가면 됐다. 그러니 내가 사과 값이 올랐지만 미치고 팔짝 뛰고 싶다고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사과가 흉작이라 귀해서 그런지 왜 그렇게 추가 주문은 많은지! 사과 주문이 올해처럼 지긋지긋해 보긴  또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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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10-05 16: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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