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글농사 지으러 왔소이다!
귀향의 변
윤재걸(1947~ )
햇볕도 들지 않는 그늘진 시멘트 숲,
홍진(紅塵)에 묻힌 삶 더 이상 싫어
글농사 지으러 고향땅에 왔소이다!
육십이 넘어서도
뜻대로 살 수 없다면
차라리 죽은 목숨!
자존(自尊)의 촛불마저 지킬 수 없는
서울의 노예생활 단칼에 베고
글농사 지으러 고향땅에 왔소이다!
썩은 나라 썩은 인물 뒤로한 채
붓 한 필, 칼 한 자루 달랑 메고
글농사 지으러 고향땅에 왔소이다!
귀향을 핑계삼은 스스로의 귀양길...
등 굽혀 손 비벼 살 수 없는 한세상...
글농사 하나에 새 세상을 걸었소이다!
생명의 소리, 자연의 소리 한데 엮어
새 세상의 화음(和音)을 얻을 요량,
생가 터에 새롭게 둥지를 틀었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