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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가 너무 비싸다. 잘 아는 충주 청과 공판장 16호 중개인(충주상회) 말에 의하면 '완전히 미친' 가격이란다. 작년에는 아버지가 경매로 산 사과의 하차, 상차하는 일을 돕더니 올해는 아들이 아버지 대신 경매 입찰을 맡아서 한다.


이 집은 아버지 중개인의 아버지 대부터 3대를 사과 중개인으로 대를 이었다. '힘 좋고 듬직한 아들이 옆에서 도우니 대견하시겠다'고 했더니 '뭐 할 일이 없으니 여기와 돕는거'라고 하는데 웃음기를 띤 흐뭇한 표정으로 그런다.


갑자기 30여년 전 충남대에 처음 갔을 때 점심 먹으러 갔던 대전에서 유명한 냉면집 사장님이 떠올랐다. 당시엔 뭐 오래되고 조그만 기와집에서 식당을 했었다. 충대 교수들이 가면 주인이 직접 주방에서 나와 '아이고 오셨네요' 반갑게 인사하며 주방에 대고 '야 이리 나와 인사해라' 하고 소리쳤다.


앞 치마에 손을 닦으며 젊은 청년이 나오는데 아버지 사장이  '인사해라, 충남대 교수님들이시다" 그런다. 그러면서 "이 놈은 공부를 안 해 겨우 대학 마치고 아버지 주방에서 냉면 만드는 일이나 배우지만, 형은 박사 따고 대덕단지에 있는 무슨 연구소에서 일한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30년 후 그 식당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냉면집이 되어 어마어마하게 커졌고, 아마 공부 못한 아들이 냉면집을 이어 받아 큰 부자가 됐을 것이다. 공부 잘 한 박사 아들은 뭐 밥이나 굶지 않는 그냥 그저그런 삶이었을거고 ...  나를 보니 잘 알겠다.


오늘 공판장 입구에 떡하니 벤츠 S650 마이바흐가 세워져 있다 충주상회 사장님 보고 "저 차 누구거에요?" 하니 여기서 꽤 크게 장사하는 사람거란다. 그래서 "저 차 수 억원 하는 재벌이나 타는 차에요" 그러니 대수롭지 않게 "뭐 난 한 1억 좀 넘나 했지" 그런다. '지나 나나 뭐 그렇게 크게 차이가 나는 거 없는데~' 하는 표정이다.


그 집 아들 참 선택 잘 했다. 이런 빵빵한 기반을 이어 받아 조금만 더 고생하면 정말 대기업에 들어가 잘난 채 하며 거들먹거리는 거 보다 100배 더 실속있게 잘 살 수 있다. 물론 몸 고생은 좀 더 하겠지만 ...


아이고 사과 값이 천정부지라 미치겠다는 주제로 포스팅을 시작했는데 얘기가 엉뚱하게 흘러갔다. 사과값이 비싸 좋아서 미치겠냐고? 아니다. 반대로 죽고 싶어 미치겠다. 모든 물품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시장원리에 의해 결정된다. 사과 값이 비싸진 건 공급이 수요를 못 쫓아 가서이다.


올해는 봄에 냉해로 사과꽃이 피다가 말았고, 여름엔 긴 장마로 사과가 제대로 크질 않았다 게다가 고온다습한 기후 때문에 병충해, 사과 탄저가 극성스럽게 퍼져 사과밭이 초토화 되어 생산량이 팍 줄었다. 


물론 우리나라를 덮친 세 차례의 태풍도 영향을 미쳤다. 이 때 사과가 많이 나오면 왕창 한 밑천 잡겠는데 하늘이 시키는데 우리라고 무슨 용 빼는 수가 있겠는가!  우리 과수원도 40% 이상 수확량이 줄었다. 


그래도 남은 거 비싸게 팔면 되잖느냐고?  아니다. 내가 사과 값이 비싼데도 죽도록 미치겠다고 하는 이유가 몹시 궁금하겠지만 다음 포스팅에서 소상히 알려 줄테니 기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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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9-24 16:5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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