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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거래소를 운영하고 있는 박대민 박사가 페이스 북에 자기 하루 일과를 올렸는데 정말 살인적인 스케줄이다. 그래서 나도 그에 대한 답장으로 '한가한 은퇴 노인의 하루 일과'를 이렇게 올렸다. '은퇴한 준(準) 농부'의 소소한 하루 일상인 셈이다.


1. 사과 봉지 싸기=내가 사다리 타고 나무에 올라가면 과수원 관리인이 "떨어지면 다친다"고 질겁을 해 그냥 눈팅하며 괜히 말 참견만 한다.


2. 봉지 싸는 일용직의 아침 밥 챙기기=김밥 8 줄을  '맛나니'  김밥집에서 사 오고 오뎅국은 직접 내가 끓인다.

   

3. 주유소 편의점에 가서 1,700원 짜리 아이스커피 사 먹기=매일 하는 일과. 착한 알바는 싼 1,200원 짜리 아메리카노(뜨거운 것)로 포스 찍는데, 그러면 냉커피용 아이스 컵 재고 파악이 틀려진다고 편의점 점장이 나에게 '박사님도 1,700원 짜리로 찍고 드세요'라고 경고해 그대로 따르고 있다.


4. 주유소 직원 점심 챙기기=오늘은 '비빔밥 먹는 날'이다. 직원들이 나물 한 가지씩 해 와서 먹기로 했다. 난 당근채 볶음, 느타리 버섯, 양파 볶음, 콩나물 무침과 콩나물 냉국, 거기다 어제 마트에서 40% 세일해 사 온 언양불고기 볶음, 그리고 계란 후라이 등을 해 결국 내가 다 한거나 마찬가지다.


5. 편의점 알바 직원의 초등학교 5학년짜리 아들 영어 가르치기=매일 2시간씩 가르치는데, 주유소 직원 고등학교 2학년이 코로나 휴교 땐 이 녀석도 가르쳐 하루에 4시간씩 무료로 가르쳤다. 아주 이 길로 나서볼까(?) 생각도. '전직 S대 교수 직강~' 어쩌구 하면 학생들이 구름같이 몰려오지 않을까?(ㅋㅋ)


6. 주유소 직원 문구사에서 사무용품 사는데 따라감=차로 모시고 가 대로변에 주차하고 나올 때까지 기다림. 내가 해저드 키고 주차하니 갑자기 차들이 앞 뒤로 줄지어 주차하기 시작해 개 쪽팔림. 비닐 폴더 몇 개 사는데 15분이나 걸려 직원에게 신경질을 부리고 말았다. 그 직원은 편의점 점장도 겸하고 있다.


7. 과수원 일용직들이 먹을 오후 새참 사 오기=갓 튀긴 꽈배기, 단팥 도너츠 + 찬 쿨피스 + 메론 바 등등.
8. 잔치 국수 육수와 고명 요리=서울 삼성병원 진료 때문에 서울 가야 해 과수원 봉지 싸는 사람들 아침을 미리 준비했다. 멸치국물을 무, 파뿌리, 청양고추, 디포리, 보리새우, 다시마 등을 함께 넣고 푹 고았다. 잔치국수에 고명으로 계란 지단, 호박 새우젓 볶음, 김치, 들기름 볶음 등을 준비


9. 모든 일 마치고 주유소에서 7시 넘어 죽전 집으로 출발. 그런데 갑자기 비바람이 몰아치면서 날씨가 변덕을 부린다. 10년 넘게 20만 km 주행한  '서민3'(SM3) 차로는 어두운 데 올라가는게 무리라고 보고 한 10키로쯤 가다가 그만 과수원으로 차를 돌렸다=사실은 최근 갑자기 기온이 크게 올라 갔고, 먹구름이 몰려오고, 강풍도 불어 우박으로 사과밭이 초토화 됐던 4년 전의 기억이 나 과수원으로 돌아와 대기하고 있었다.


10. 오후 8시 50분쯤, 아무 일도 없이 바람도 잦아들고 비도 약하게 뿌리는 걸 확인하고는 그대로 곯아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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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6-11 22:4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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